상세 컨텐츠

본문 제목

< 봄은 온다 > 1

소설

by 초록별🌱 2020. 10. 31. 18:05

본문

 오랜만에, 정말 오랜만에 왔다.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하며 제 발로 떠났던 이 곳에 다시 제 발로 돌아왔다. 몇 십년 만인가. 바람에 살랑이던 꽃잎들이 하나, 둘 자유롭게 춤을 추며 세상을 분홍빛으로 물들였다. 꽃들의 춤에 마음을 뺏긴 사람들은 바삐 움직이던 발걸음을 잠시 멈추기도 하였지만 제 갈 길 바쁜 이들은 제 갈 길 갈 뿐이였다.

 그녀도 마찬가지다. 살랑살랑 어여쁜 그 모습에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그녀는 고고히 발을 움직였다. 어딜 가는 것일까. 누구 하나 묻지도 않아 누구에게도 대답해주지도 않고 그렇게 홀로 걸어갔다. 굽 높은 검은 구두 위에서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는 그 모습은 꽃잎들보다 더 위태로운 것이었다. 어찌나 힘을 주어 땅을 내딛는지 구두 굽이 부러지진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. 안 좋은 일이 있었던 건지, 아니면 어떤 굉장한 사실을 숨기고 있는 것인지 굳게 다물어진 그녀의 두 입술에서는 그 무엇을 읽을 수가 없다.

728x90
반응형

'소설' 카테고리의 다른 글

< 된장찌개 같은 인생 >  (0) 2020.11.07
< 봄은 온다 > 2  (0) 2020.10.31
< 별 하나 없는 밤 > 2  (0) 2020.10.03
< 별 하나 없는 밤 > 1  (0) 2020.10.03
< 시간을 빠르게 흐르도록 둔다는 것 > 오디오북  (0) 2020.09.30

관련글 더보기